


❚ 외관 ❚

한번 잘린 이후 자르지 않았는지 다시 긴 머리를 아래로 묶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얇은 옷을 두세 겹은 껴입고 겉옷까지 챙긴다. 내려간 눈꼬리임에도 단호한 인상이었던 전과 달리 조금은 우울하고 처진 인상을 준다. 왼쪽 이마와 몸 이곳저곳에 흉이 늘었지만 얼굴 아래로는 몸이 드러나는 일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살이 좀 빠졌지만 대체로 건강하게 유지중.
❚ 성격 ❚
가라앉은 / 순응하는 / 성실한
사람이 조금 더 처진 것 외에는 변한 것이 없어보인다. 차분하고 평이한 표정은 약간의 우울감이 자리했고, 나긋한 말투와 담담한 목소리는 그대로이다. 타인에게 굽히는 것이 쉬워졌지만 쉽게 기대지는 않는다. 그리폰에게 대하는 행동은 언제나 같게 하려 노력한다. 분노를 표출하거나 흥분하는 일이 적어 주변을 달래는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닥쳐오는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냐 아니냐로만 구분하고 감당할 감정은 나중에 생각한다. 역할을 나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 어차피 누군가 해야할 일, 할 수 있는데 빠지면 뭐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걸 따지기엔 너무 오래 지냈다. 능력이 있는데 해내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 더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역시 오래 가지고 있던 우울감을 이전의 일상이 아닌 상황에서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일이 끝난 후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이전보다 더 자주 보인다.
❚ 기타사항 ❚
- 5층을 여느라 다치기도 했고, 처음 식물은 실패도 했지만 역시 열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5층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꽃이나 관엽 식물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 나중에 작물들이 좀 크고 나서는 5층 구석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나간 적도 없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작은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 여전히 술과 담배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담배는 한번 피워봤지만 목이 따갑기만 했고, 술은 마셨다간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할 지 모르겠어서. (3년 전에 프레데리카와 처음 마셨다가 울었던건 비밀이다.) 대신 크리스마스 파티 후 취한 친구들 뒷처리를 맡았다. 다시는 술취한 친구들 뒷처리 안해주고 먼저 올라가서 자버리겠다고 다짐했다.
- 시청 앞 화장터의 존재는 알지만 정찰이나 보급을 나가는 길에 지나치지 않는 이상 스스로 가지 않는다. 불길을 바라보는 건 좋아하지만 무엇을 태우고 있을까 생각하면 오래 시선을 두고 있을 수가 없다. 비석에 다른 콜로니의 아는 사람의 이름이 있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 학교에 다닐 때에 비해 식사량이 많이 줄었다. 사람은 많고, 보존 식품도 적어지고 있으니 천천히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와 별개로 연구보조 팀의 일을 마치고 오면 하루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 배치될 때나 나갔을 때 별 말 하지는 않는다.
- 여전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다만 이전에는 꾸준히 펜싱부의 트레이닝처럼 했다면 지금은 지칠 때까지 하고 뻣어버리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것 같다.
- 콜로니 간 화합이 깨진 것을 조금은 아쉬워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작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참여했고(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으나 본래 사람을 상대하는 스포츠를 했다보니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회의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에도 별 말을 얹지 않았다. 이후 밖에서 타 콜로니 멤버를 마주치더라도 그리폰에게 위협이 되는 일에만 예민하게 반응하고 개인적으로는 호의적으로 군다.
- 22년 3월, 정찰에 나섰다 좀비와 난전 후 격리를 겪은 사람 중 하나다. 좀비에게 당하거나 기물에 찔려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어떻게든 함께 간 친구들과 하이브로 귀환했다. 이 날 이후로 우울감이 더 심해졌으며, 한동안 언제든 자신이나 옆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격리 당한 일주일 내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격리당한 사람들의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아직 죽지 않았고, 격리 상태인데 다른 친구들을 왔다갔다하게 할 수도 없었다. 눈 앞이 흐리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건 해야했었다.
- 좀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사람, 시체, 방금까지 살아있었던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난전 이후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 친구를 죽일 수 있는 것, 이미 죽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여전히 시체를 마주하는 것은 슬프고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더 이상 이것으로 고민 하지는 않기로 했다. 우리는 살아남기 바쁘고, 옆 사람을 지키기도 벅차다. 눈 앞에서 누가 죽기라도 한다면 정말 견디지 못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