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관 ❚
키가 조금 자랐나. 다크써클과 손목에 타투가 생긴 것을 제외한다면 특별히 바뀐 건 없다.
받은 물건들은 잘 들고 다닌다. 필름과 베리몽은 각각의 주머니에, 팔찌와 리본 머리핀 (3개나 된다) 은 오른쪽 손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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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01.
허물어진 벽│의존하는│지쳐있는
요즘의 에노스 머피는 물렁하다. 물렁하다는 것도 전에 비하면에 불과하나 그랬다. 드디어 제 나름 단단하게 세워두었던 벽이 전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고작해야 가족들을 포함한 몇 사람만이 들어있던 마음의 울타리 안에 천천히 사람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리폰을. 여전히 이곳이 집이라, 가족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 안에서 이들이 그에 준하는 무게를 지녔음을 안다.
백신의 실패 이후 눈에 띄게 지쳐가는 듯 보였다.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기약 없는 백신 개발의 성공, 부족한 잠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자신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다. 그럴수록 자꾸만 주변에 의지하게 되는 것은 별수 없을 테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 어리광은 받아줄 것이 분명하니까.
02.
얄팍한 사고와 자기합리│조금씩 노력하는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도 존재 않는 면죄부를 쥐고 사는 것도 여전하다. 세상이 무너진 지 이제 삼 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 윤리와 도덕, 법 안에서 생활해온 시간이 훨씬 길어 그런지 모른다. 안 보이는 척 외면한다고 해서 정말 보이지 않게 되는 것들이 아니었으니. 비숍의 신고식을 목격한 뒤로 좀비와의 대치나 샘플을 확보하는 일을 퍽 버거워했으나 이전처럼 마냥 손 놓고 뒤로 물러나 있지는 않았다.
❚ 기타사항 ❚
#0. Enos Murphy
0-1. 레너드, 메리, 에드거, 로위나, 해리엇. 사랑하는 이름들을 오른 손목의 안쪽에 새겨넣었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기를.
0-2. 아무리 옷을 꽁꽁 싸맨다고 해서 덜 다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몸 이곳저곳 상처가 늘었다. 예전 같으면 엄살을 부리고 신경질을 낼 상처에도 이제는 꽤나 담담하다.
0-3. 여전히 밖을 나설 때면 최대한 살이 보이는 곳이 없게 한다.
0-4.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것은 그만뒀다. 그 대신 어디서나 긴장한 채 다닌다. 주변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 어딘가 침입의 흔적은 없는지, 보급 중에도 타 콜로니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지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0-5. 눈이 살짝 가려질 만큼 머리를 길렀다가... 다시 짧게 잘랐다. 스크래치가 났던 눈썹도 멀쩡해졌으니 더는 기를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에.
#1. 그간의 행적
1-1. 21년 10월, 비숍의 신고식 목격
- 미친 자식들. 씹어내듯 내뱉은 말을 뒤로하고 자신이 어쨌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그야 이미 몇 년이나 지났고, 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굴었기 때문에. 지민이 먼저 나서 대화하던 중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자 참지 못한 자신이 그 앞을 막아섰던가 아니었던가.
정확한 것은 신고식 자리에 있던 비숍의 콜로니원 중 한 명에게 떠밀려 넘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근처를 굴러다니던 자재에 잘못 찍혔는지 큰 통증이 있었다는 것. 절로 비명이 튀어나올 법한 고통이었으나 꾸역꾸역 소리를 삼키고 일어나 하이브로 돌아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불화를 만들어 좋을 건 없으니까.
1-2. 22년 2월, 가브리엘 원정
- 그날따라 눈에 띄게 초조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가브리엘까지 갈 수 있다면, 조만간 할아버지 댁 상황을 살피러 가는 것도 아주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도로에 깔린 수많은 좀비 탓에 철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자 가장 먼저 뒤돌아섰다. 어떤 미련은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1-3. 22년 7월 17일의 낮, 콜로니 아델리의 습격
- 백화점에서 콜로니 아델리의 습격을 받았던 당시, 왼쪽 귀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총성이 울리고, 얼굴의 어딘가가 홧홧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당시 정신이 없어 상처를 발견한 건 아델리를 전부 제압하고 난 뒤였다고. 덕에 귀의 모양은 조금 흉해졌다만 청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1-4. 그리고,
- 크리스마스 파티 날에는 4층의 당구대 앞에서 책을 뒤적이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유를 물어보면 너희들이 술을 잔뜩 마시고 주정 부릴 게 짜증 나서 그랬다고는 하는데, 사실 별 이유는 없는 듯.
- 5층 청소 당시 아래서 꾸벅꾸벅 졸다가 정리가 끝날 때쯤에야 위로 올라왔다. 그 후로는 종종 올라가 식물들을 살폈다.
#2. 몽유병
2-1.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미미하던 몽유병 증상이 악화됐다. 매번 2~4층 사이를 오가더니 언젠가 1층의 방호벽 앞에서 눈을 뜬 뒤로는 의식해서 잠을 자지 않으려 한다. 그 탓에 눈 밑이 거뭇하게 내려앉았다.
2-2. 밤에 잠을 자지 않는 대신 낮에 짧게 끊어 자는 편. 낮잠 중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깊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지만 본인이 편하다니 괜찮을지도.
#3. Maybe Lucky
3-1. 23년 2월의 육교 붕괴사건 이후, 그 근처로 보급을 나섰다가 어디선가 떨어진 자재에 깔려 왼팔,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3-2. 하마터면 그대로 머리를 맞았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으나 운이 좋았다. 자재에 깔리기 전 네펠리에게 받은 베리몽의 줄이 끊어져 그것을 줍기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나갔던 것은.
3-3. 이제와서는 거의 회복되었다지만 부정유합 때문인지,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했던 건지 아직까지도 힘을 쓸 때마다 영 걸리적거리는 듯하다. 왼쪽 손목 골절의 합병증으로 어깨와 손가락 관절이 조금 굳었다. 증상들은 상대에 따라 티 내지 않으려 했다.
#4. 그 외
4-1. 보급품이 부족해지자 학교에서 그랬던 것마냥 식사를 건너뛰기 시작했다. 좀비 앞이라던가, 난전에서 쓸모없을 자신보다는 다른 친구들이 배불리 먹는 게 이득일 테니까. 지금은 모든 일에 필요의 척도를 재고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고, 그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4-2.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 만, 몇 년 전의 언젠가 마릴린이 얘기했던 단 술은 기다리고 있다. 맛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4-3. 습관도 여전하다. 고쳐지는 듯하던 버릇들은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갈수록 뚜렷해졌다.
4-4. 쓰고 있는 편지가 잔뜩 쌓이게 되자, 아주 가끔 창틀에 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다른 누구도 확인할 수 없게 불을 붙인 채로. 그간 수신인을 잃고 구석에 박혀있던 편지들은 재와 함께 떠났다.
4-5. 지금은 꽤 만족하며 다니고 있지만, 타투를 받을 당시에는 대충 백 마흔 한 번 정도 (정확하지 않다) 후회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