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관 ❚

최근엔 에어컨도 없고 수영장도 없다. 덕분에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레나 암스트롱은 더위에 아주 약하다. 펄그레이의 여름이 충분히 서늘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상황에 대한 답답함에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하여 그러한 이유로, 조금 두껍게 입을지언정 유독 짧게 입는 편이다.
제 체구보다 두배는 큰 흰 티셔츠, 속에는 수영복을 입거나 스포츠웨어를 입는다. 적당히 짧은 검은색 반바지. 발목 위로 올라오는 양말과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모든 옷감이 두꺼운 편이다. 자잘한 상처가 많은데, 부주의하게 다녀서 그렇다. 깊게 난 것 조금을 빼고는 시간이 흐르면 금새 또 없어지고는 한다.
❚ 성격 ❚
변함없이 무던한 | 조금은 신중해진 | 사회성의 학습
변함 없이 솔직한 동시에 무던하다.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산다. 표정과 감정의 변화가 얕고, 객관적으로 큰일을 겪어도 어지간해서는 덤덤히 넘긴다. 참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말 별 타격이 없는 것이다. 다만 예전만큼 대책없이 몸부터 나가지는 않는다. 시행착오를 통해 상황을 살피는 신중함을 배웠다. 그렇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닌지라, 제 머리 속에서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행동하는 일은 여전히 잦다. 생각은 빨리 흘러가는데, 사고력의 깊이가 얕은 탓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상이 망하고 나서야 그 얄팍한 사고에 깊이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영만 하던 것이, 이제는 다른 일들에도 신경을 쓰게 되니 어쩔 수 없다. 첫 시작은 아주 약간의 사회성이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하고, 농담의 포인트를 제대로 찾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은 서툴지만.
❚ 기타사항 ❚
레나 암스트롱의 일상
-
언제나 열심히 하지만 회계조를 할 때는 아직도 심란하다.
-
요즘은 책도 조금씩 읽고 있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어려워서 못 읽는 것들이 많긴 하다.
-
좀비와 인간을 아주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아는 얼굴의 좀비를 만나도 무덤덤한 모양이다. 감염자는 확고히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
가족들이 무사할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레나 암스트롱의 생존노트
0. 잊은 것이 있다면 잘 챙겨두자.
학교에 다녀왔을 때, 레나는 딱히 제 방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들려서 이것저것 챙기기는 했지만, 그의 본 목적은 수영부였다. 수영부 캐비넷에서 챙긴 것들이 방에서 가져온 것보다 많다. 코치님의 스탑워치도 챙겨왔다. 전부 이제는 쓸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그 중 제일 좋아하는 건 'I'm strong!'이라 적힌 오리발이다. 지금은 장신구로 쓴다. 파트너 된 도리로 좀비와 대치할 때 사용해볼까 했지만, 그냥 트로피처럼 모시기로 했다.
1. 쉽게 정을 주면 망하는 세상이다.
그다지 정을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호의적으로 구는 상대를 자주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법이다. 매정함에 있어 스스로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타 콜로니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우리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에 별다른 죄책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힘들어진다. 저들의 삶을 이해하려 하고, 입장을 고려하고자 하고.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콜로니와 아주 대화하지 않게 되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타 콜로니의 생존자들과 함께 걷는데, 갑자기 나타난 좀비 무리를 향해 레나를 미끼로 쓰고 도망가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탓이다. 본인, 감정변화가 적다고 믿어왔건만. 그날은 조금 울어버렸다. 인간불신이 심해졌다. 세상에 믿을 건 그리폰 뿐이다.
2. 그러니 새로운 친구는 사물인 편이 좋다.
인간에게 상처 받고 사물 친구를 만들었다. 의류 코너에서 뽑아낸 마네킹 머리에 수영모를 씌우고, 수경까지 착용시켰다. ‘Swimming’에서 따와 ‘밍밍’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울적감을 타파하기 위해 반 정도 장난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 일에도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 중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운동 공간까지 함께 가준다. 이것 참. 진심으로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밍밍의 위치는 레나 침대 머리맡이다.
3. 우선순위를 확고히 하라.
요즘 같은 세상은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레나 암스트롱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삶’에서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본인은 나름 이것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았고, 스스로 이것에 납득하고 있기 때문에 별 티가 나지는 않겠지만. 레나는 그 빈 구멍을 가리기 위해 수영에 과하게 집착하고 있다. 안전한 바닷가를 찾아 기어코 헤엄치고, 끈질긴 노력 끝에 그리폰의 수영장을 깨끗하게 만들어 이따금 방문하기도 했다. 콜로니에 있을 때에는 주로 운동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무작정 근력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생존에 적합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수영을 위한 운동을 했다. 이전 레나의 기계적 일상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정석적인 코스였다.
레나 암스트롱의 버킷리스트
레나식 허무주의 해결법은 목표의 재설정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이것을 다 이루는 것을 삶의 목표로 잡았다. 그 중 하나도 이루기 어려울 것 같지만. 버킷리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IU 나타토리움에서 수영한다.
-
텍사스 수영 센터에서 수영한다
-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수영한다
-
태평양을 향해 끝까지 헤엄친다.
❚ 사건 문답 ❚


-
쉘터가 막 자리를 잡아가던 과정, 타 건물의 붕괴로 콜로니 주변에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대피한다면 우리의 보급로가 차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누군가는 나서 좀비를 사살하고, 누군가는 유인책을 세워 길의 차단을 막았을 것이며, 누군가는 콜로니에 숨어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보급에 나서 이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
답. 좀비가 무섭지는 않고, 그것을 죽이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하여 좀비 사살에 최선을 다했다. 자꾸만 빗나가거나 괜히 저만 다치니, 이후에는 유인책을 세운 친구들을 돕는 것으로 전향했지만.
-
-
우리 말고도 다른 생존자의 콜로니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 화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청에서 만났던 생존자 무리에 대한 기억으로 반대를 하는 이도, 또 결국 인간은 협력해 살아나간다는 생각으로 협력에 응했던 이도, 어떤 상황이 될 지 지켜본 이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느쪽에 서 있었을까?
-
답.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다가 실패하고 정을 줘버린 케이스다. 처음에는 꽤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이득을 취하려 했는데, 요즘에는 구석으로 들어가 숨어버린다. 이쪽에서 협력하는 마음이 과하면 이게 또 큰 문제인지라.
-
-
좀비 사태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무전을 통해 다른 콜로니가 아닌, 외부에서 연결되는 송신음을 들었다. 아주 짧았고 다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아직 외부에서 통신의 시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이 내용에 대해 회의적이었을까? 희망적이었을까?
-
답. 별 관심이 없다. 다시 오면 흥미로울 것, 안 오면 그 뿐인 것. 그래서 송신음 자체를 금방 잊어버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