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관 ❚

이마를 반도 못 덮던 짧은 앞머리는 죽 당겨 내리면 눈썹 끝에 닿을 정도로 자랐다. 겉으로 보이는 흉터는 없으나 얼굴과 손, 바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곳에 생채기가 늘었다. 본인 시점 오른쪽 눈썹에 스크래치가 생겼는데 일부러 멋으로 낸 것은 아니고... 가진 가위날로 앞머리를 다듬다가 같이 쓸렸다. 창피하다고 앞머리가 눈썹을 덮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
제리드의 겉옷과 네펠리의 베리몽을 가지고 있다. 행운이니 뭐니,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곁에 두고 다닌다. 외투는 종종 걸친 채 지내고, 베리몽 인형은 버스에서 가져온 짐의 큐케이스에 달아뒀다.
얇은 긴 팔 티와 겉옷, 그리고 긴 바지까지. 나갈 때는 결코 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는다. 양말 하나까지도 발목까지 올라오도록 꼭꼭 당겨 신는 것을 보면 강박적인 듯도 보인다. 전에도 그리 단단하지 못했던 몸은 살이 빠지고 조금 야위었다. 별수 없는 환경 탓이다.
❚ 성격 ❚
01.
누그러진 까칠함│의식하는│불안한
그간 매사에 예민하고 까칠했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외부의 일들 만으로도 신경 쓸 것이 한가득인데 괜한 곳에 힘 빼기 싫다는 이유였다. 그러니 여전히 조용하게 지내는 듯 보여도 그 느낌은 미묘하게 다르다. 전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조금씩 달관한 분위기. 끓는 점이 살짝 높아졌다. 물론, 전부 그리폰에 한해서.
그리폰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포함한 이모저모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과 다리가 단단히 여물지 못해 누군가는 커녕 스스로의 구원조차도 되지 못함을 알기에 전처럼 모든 일에 나몰라라 내빼고만 있지는 않는다. 스스로 일을 찾아 돌아다니지는 않아도 맡은 일이나 할 수 있는 것들을 적당히 해내고 있다. 몇몇을 따라 간단한 스포츠 테이핑과 응급처치 따위를 공부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티내려 하지 않으나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생겼다.
02.
얄팍한 사고│간사한 자기합리│충동적인
세상이 급변한 지 일 년도 채 안 됐지만 평범하게 생활했던 시절은 마치 전생처럼 아득하다. 그러니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사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적당한 타협으로 이 현실에 안주하기를 택하니 기울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기울어야 했다.
세상이 기운 만큼 기울어지자면 속에서 온갖 신념이나 상식들이 충돌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일터다. 모든 상념을 속 깊숙이 눌러두고 가장 최우선을 자신의 생존으로 두었다. 도덕과 윤리 등의 가치도 필요에 의해서라면 잠시 눈 감을 수 있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재앙 앞의 약자이니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릴 여유는 없다, 그러니 괜찮다며 누구도 쥐여주지 않은 얼룩진 면죄부를 속에 품고 있었다. 삼켜낸 온갖 상념들이 쌓여 제 위장에서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언제나 모두의 뒤에서 조용히 존재하기를 바랐지만 최근 들어 가끔,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있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기타사항 ❚
#0. Enos Murphy
0-1. 부모님과 누나, 형. 그리고 저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할아버지를 기억한다. 레너드, 메리, 에드거, 로위나, 해리엇 그리운 이름들.
0-2. 쓸리고 긁힌 상처가 몸 이곳저곳에 남았다. 깊은 상처는 아닌지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만한 것들. 크게 흉이 진 타인의 몸을 볼 때마다 묘한 안심과 동시에 자괴를 느낀다.
0-3. 밖을 나설 때면 온몸을 꽁꽁 싸맨 뒤 움직였다. 얼굴이나 손가락 따위가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맨살이 드러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다고 물려도 안전하지는 않을 테지만, 뭐.
0-4. 시끄러운 발전기 소음과 좀비의 그르륵대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생활했다. 음악을 틀어둘 때도, 그저 이어폰만을 끼고 있을 때도 있다. 누군가 곁에서 잔소리할 때면 노래를 듣는 척 무시하기에도 좋았다.
#1. 쉘터 안
1-1. 어느 구석에서 제 팔에 붕대나 돌돌 감아대거나 시키지도 않은 요리를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그 주의 맡은 일들을 처리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전의 언젠가는 가진 가위날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몇 번 어설프게 휘두르다 포기하긴 했지만.
1-2. 한 번 쉘터 안으로 들어가면 영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러니 몇몇이 모여 학교에 다녀오자 했을 적에도 혼자 쏙 빠져 배웅도 않았다. 대신 창이 난 곳으로 하늘을 살피는 것에 취미를 붙였다.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망가졌지만 저 하늘만큼은 사태 이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2. 그리고 밖
2-1. 타 콜로니와는 필요 이상의 접촉을 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나 용건만 간단히. 그 이상의 대화도 교류도 하질 않으니 에노스 머피라는 이름을 아는 자조차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약간 친구 따라 우르르 몰려가서 병풍처럼 서 있다가 졸졸 돌아오는 편이다.
2-2. 아직까지는 좀비를 사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는 쪽이 더 어울렸다. 생리적인 공포라던가 브릿지에서의 일 때문인지 여전히 주먹도 제대로 내지르질 못한다. 그러니 기꺼이 자신을 대신해 좀비를 처리해주는 주변을 다행이라 여겼다. 그들이 어줍잖은 희생정신 따위로 좀비와 맞선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 Unlucky?
3-1. 행운의 아이템이 생겼다. 외투와 인형. 진짜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 크게 기대 안 하나 아무튼, 잘 들고는 다닌다.
3-2. 끝내주는 언럭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부르기도 조금 미묘해졌다. 사태가 있고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지금껏 몸 성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불행하다 할 수 없지... 않나? 외투와 인형 때문인지 아니면 들은 소리처럼 그간 밀려있던 행운이 슬슬 찾아오는 건지...
3-3.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불운을 믿고 최대한 조심히 다닌다. 꼭 제 나이만큼 붙어있는 불행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를 물먹일지 모르니까.
#4. 그 외
4-1. 버스에서 큐케이스를 챙겨온 뒤로 다시 당구를 시작했다. 아주 가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나 누군가에게 끌려갔을 때만.
4-2. 좋아하는 영화 장르... 항상 공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질색 팔색을 한다. 하기야 지금의 삶이 꼭 공포 영화와 같은데...
4-3. 매번 끼니를 거르고 빌빌대곤 했는데 이제는 있으면 꼭 먹어둔다. 이제야 제 밥 소중한 줄 안다.
4-4.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 단순히 입에 맞지 않아서. 술은 너무 썼고, 담배는 매캐하고 목구멍만 따가웠다. 호기심에 담배 한 번 태웠다가 눈물만 줄창 흘린 뒤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다.
4-5. 여전히 거짓말을 할 때면 딸꾹질을 뱉고, 불안할 적이면 손톱을 씹곤 했다. 손톱 뿐만 아니라 손가락도 종종 물어 잇자국이 나있고는 한다. 고치려고 노력은 하는데 영 어려운 듯 했다.
4-6. 백화점에 자리를 잡은 후로 가끔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그것이 곧장 수면 장애로 이어지고는 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거나 주변의 사물을 잡아당기는 등의 몽유병 증상으로 아직 그 증세는 미미하다. 딱 한 번, 건물이 무너져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던 다음 날 아침, 사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서 눈을 떴던 일만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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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터가 막 자리를 잡아가던 과정, 타 건물의 붕괴로 콜로니 주변에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대피한다면 우리의 보급로가 차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누군가는 나서 좀비를 사살하고, 누군가는 유인책을 세워 길의 차단을 막았을 것이며, 누군가는 콜로니에 숨어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보급에 나서 이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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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보급조 중 하나. 보급품을 들고 돌아오다 맞닥뜨린 이 상황에 당황하기도 잠시 잽싸게 몸을 돌려 콜로니에 숨어있으려 했다. 이미 제 손에는 물품이 한가득이니 대치하기도 유인하기도 어려웠다는 -변명에 가까운-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누군가 유인하려다 놓친 건지 난전에서 떨어져 나온 좀비와 마주쳤고, 순간 무어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들고 있던 물건들로 좀비를 가격한 뒤 도망쳐 나왔다. 이후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구급키트를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치료를 도왔다. 한동안 손을 타고오르던 타격감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며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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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도 다른 생존자의 콜로니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 화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청에서 만났던 생존자 무리에 대한 기억으로 반대를 하는 이도, 또 결국 인간은 협력해 살아나간다는 생각으로 협력에 응했던 이도, 어떤 상황이 될 지 지켜본 이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느쪽에 서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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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좀비는 방호벽과 차단막으로 통제할 수가 있지만, 지능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내내 부루퉁한 낯으로 조용히 노려보고 있다가 의견이 점점 화합 쪽으로 기울자 시선만 거뒀다. 이제와서는 화합이라는 결정에 대해 가진 불만은 없다. 그저 여전히 경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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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사태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무전을 통해 다른 콜로니가 아닌, 외부에서 연결되는 송신음을 들었다. 아주 짧았고 다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아직 외부에서 통신의 시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이 내용에 대해 회의적이었을까? 희망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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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도 아닌 듯 굴었으나 내심 미약한 희망을 품었다. 다만, 모든 일에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번의 연결이 있기 전까지는 이 일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헛된 희망을 품었다가 무너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다시 일어서기 버거울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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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문답 ❚







